수면장애
1) 정상수면
정상 수면이란 각 수면단계가 정상적인 비율로 유지되고 수면주기가 일정하게 유지됨을 뜻합니다. 뇌간(brain stem)에서 대뇌피질에 이르는 상향 망상활성계가 수면/각성 활동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리토판이 수면 효과를 나타내며 서파 수면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카테콜아민, 아세틸콜린, GABA, 프로스타글란딘도 수면과 관련이 있으며, 도파민과 노어에피네프린은 각성에 주로 관여합니다.
(1) 수면단계와 수면주기
⓵ REM 수면과 NREM 수면
수면은 급속안구운동(REM : rapid eye movement)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REM 수면과 NREM 수면으로 구성되며, 각각 고유한 뇌파활동을 보입니다. REM수면은 ‘꿈 수면’ 또는 ‘역설적 수면’이라고 하며 전체 수면의 20~25%를 차지합니다. 이때는 저진폭의 혼합된 주파수와 톱니 모양의 활동성 뇌파가 나타나며 근육의 긴장도가 최하수준으로 감소됩니다. 만약 이 단계에서 깨우면 꿈을 꾸었다고 하고 비논리적인 사고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율신경계 활동(혈압, 심박출량, 호흡수, 체온, 산소 소비량)이 항진되고 음경이 발기되지만 근육긴장도는 수면기간 중 가장 낮습니다. 보통 건강한 성인의 8시간 수면시간 중 REM 수면은 평균 3~5회 나타납니다.
NREM 수면은 4단계로 구분됩니다. 1단계 수면은 각성에서 수면으로 이행되는 과정으로 전체 수면의 5% 이하를 차지하는데 비교적 짧아 수십 초에서 수분 가량 지속됩니다. 뇌파는 각성 시에 보이는 8~12Hz의 알파파가 사라지고 4~7Hz의 저진폭 세타파로 변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이 둔합니다. 2단계 수면은 전체 수변의 45~55%를 차지하며 수면방추파와 K복합파가 나타납니다. 3,4 단계 수면은 전체 수면의 15~20%를 차지하는 깊은 수면으로 ‘서파수면’ 혹은 ‘델타수면’ 이라고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쉽게 각성이 일어나지 않아 깨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나이에 따라 수면이 변화하는데, 신생아는 하루에 16시간 정도 잠을 자며 총 수면의 50%가 REM 수면입니다. 2~3세경까지 REM 수면은 25% 정도로 줄고, 사춘기 이후부터는 성인 수면과 비슷하게 되어 평생 유지됩니다. 3,4 단계 수면은 10세경에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하다가 노인이 되면서 현저히 감소하여 수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⓶ 수면 주기
NREM 수면과 REM 수면은 대개 90~100분 간격으로 되풀이됩니다. 수면 전반부에는 깊은 수면이 주로 나타나고 후반부로 갈수록 얕은 수면이 나타납니다. 수면 전반부에 나타나는 첫 번째 REM 수면은 매우 짧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길어집니다.
(2) 수면의 기능
수면은 뇌를 재충전시켜 일상회복이 되도록 합니다. 수면을 박탈하면 자아붕괴, 환각, 망상 등이 나타나고 꿈을 박탈해도 과민해지고 피로해집니다. 또한 수면이 부족하면 림프구와 과립구 기능의 장애가 나타나고, 이화작용이 증가하는 등 신체적 역기능이 나타나며, 탈진, 혼돈, 짜증, 공격성 증가 등의 심리적 역기능도 발생합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수면이 부족한 경우 음식섭취 증가, 체중 감소, 체온 저하, 피부장애를 초래하고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편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활동이 증가되면 수면요구도 증가하게 되는데 질병, 과로, 임신, 스트레스, 정신기능 과다 등에서 수면요구가 증가되면서 신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즉 수면과 휴식 동안에 단백 합성과 세포분열이 현저히 증가하고, 특히 3, 4단계 수면, 서파수면 동안에 아미노산의 흡수를 촉진하는 성장호르몬이 최고로 분비되므로 수면이 신체를 재충전시키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수면의 기능을 다음 5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회복기능입니다.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부분, 특히 중추신경계를 회복시켜줍니다. NERM 수면은 주로 신체 및 근육을 회복시키고 REM 수면은 단백질 합성을 증가시켜 정신적으로 소모된 뇌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또한 NREM 기간 동안 뇌 온도와 뇌 혈류량이 감소하며, REM 수면 동안에는 체온조절 기능이 상실되어 생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저장하게 됩니다. 둘째, 발생학적인 기능입니다. REM 수면은 특히 성장이 활발한 신생아에서 더욱 활발하게 나타납니다. 셋째, 행동학적 기능입니다. 낮 동안의 생존기능과 본능적 보존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킵니다. 넷째, 인지적 기능입니다. REM 수면은 낮 동안 학습된 정보를 정리하여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유용한 것은 재학습시키거나 기억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REM 수면 동안 단백질 합성이 증가되는 것은 학습된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시키는 과정입니다. 다섯째, 감정 조절 기능입니다.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들이 꿈과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 정화되어서 다음 날 아침에는 상쾌한 기분을 가지도록 해줍니다.
2) 수면부족의 원인
(1) 신체적 요인
신체장애나 질환이 수면 중에 악화되기도 하고 수면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피부 질환이 있으면 자주 깨게 됩니다.
(2) 심리적 요인
수면을 방해하는 심리적 요인으로는 불안, 우울, 정신질환, 스트레스, 인지기능 장애 등이 있습니다.
(3) 성격 특성
억압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강박성 성격의 사람일수록 자기 뜻대로 수면이 조절되지 않으면 쉽게 긴장하고 불안해집니다. 수면시간이 가까울수록 정신 생리적 긴장과 각성이 높아져 불면증이 나타납니다.
(4) 연령과 성별
연령은 인간의 수면 양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이 짧아지고, REM수면의 절대량과 백분율은 나이에 반비례하며, 델타 수면은 나이에 따라 현저히 감소해서 노인에게는 거의 없습니다. 연령 증가와 함께 수면 양상이 변화해 노인은 수면 량이 감소하고, 자주 깨며, 잠들기 힘들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며, 일찍 자고 일찍 깨거나, 자주 졸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성별도 수면장애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수면의 질이 더 낮으며 수면 방해를 더 많이 받습니다. 45세 이전에는 연령의 증가와 함께 남녀의 수면장애 호소가 거의 비슷하게 증가하지만 폐경 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수면-각성 조절에 더 큰 변화가 생겨 거의 2배 정도 더 많이 수면장애를 호소합니다.
(5) 약물
적은 양의 니코틴은 신경을 이완하고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어느 한도를 넘으면 니코틴 역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만성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성 흡연자가 금연하면 수면의 질이 향상됩니다. 커피는 중추신경계 자극제로서 각성상태를 유발시켜서 수면장애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도 수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음주는 잠드는 데에는 도움이 되나 점차 혈중 알코올 농도가 떨어지면서 중간에 자주 깨게 되고 아침에 너무 일찍 깨거나 꿈에 시달리게 되어 수면의 질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술, 담배, 커피를 즐기는 것은 복합적인 불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6) 환경
수면-각성 주기가 24시간 주기에 일치되도록 영향을 주는 주기성을 가진 환경적 자극을 리듬일치요소라고 하는데, 밝음-어두움 주기, 직업 활동 및 대인관계와 같은 사회적 활동, 수면-각성 스케줄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리듬일치요소에 적절히 노출되지 못하거나, 교대근무, 시차가 있는 먼 지역으로의 이동 및 리듬 기전에 변화가 나타나는 노령의 경우에는 24시간 주기를 유지하기 어려워 수면장애가 발생합니다.
3) 수면장애의 유형
(1) 일차성 수면장애(Primary Sleep Disorders)
일차성 수면장애는 정신장애,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 또는 물질과 관련이 없이 나타는 수면장애입니다.
⓵ 수면이상
수면 시작이나 유지 또는 과도한 졸음이 나타나는 일차성 장애로 수면의 양, 질, 또는 시기에 이상이 있습니다.
◎ 일차성 불면증(Premary Insomnia)
보통 성인 중 약 30~40%가 불면을 호소하는데, 이중 약 15~25%가 일차성 불면증입니다. 흔히 교육 수준이 낮고 사회경게적 수준이 낮을수록 불면을 더 호소합니다. 연령이 많아질수록 불면증이 증가해 성인과 중년층에 많은데 성인은 입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중년기와 노년기에는 수면 유지의 어려움과 새벽에 깨는 것에 대한 호소를 더 많이 합니다.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빈번합니다. 또한 수면에 대한 부정적인 조건화와 야간에 증가되는 생리적, 심리적 각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만성적인 불면증은 낮 시간 동안 기분 나쁘게 하고, 주의력, 활력, 집중력을 감소시키며, 피로감과 권태감을 증가시킵니다.
◎ 일차성 수면과다증(Primary Hypersomnia)
야간 수면이 연장되고 과다한 주간 졸음이 지속되며 한 시간 이상의 낮잠을 하루에 한 두 번씩 자게 됩니다. 과다한 졸음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직업적 장애를 보입니다. 주로 15~30세에 발병합니다.
◎ 수면발작(Narcolepsy)
거의 매일 견딜 수 없게 잠이 밀려오는 현상이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됩니다. 일명 ‘기면병’이라고 합니다. 성인의 약 0.02~0.16%에서 남녀 동일한 비율로 나타납니다. 학령 전기나 초기 학령기부터 증상이 있다가 청소년기에 주로 문제가 됩니다. 40세 이후 발병은 드뭅니다. 수면발작은 대개 20분 이내에 끝나지만 몇 시간 후에 또 졸리기 시작합니다. 근육의 긴장과 조절력을 갑자기 소실하는 탈락발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수면마비는 근육의 긴장도가 일시적으로 소리되어 움직이기 못하는 현상입니다.
◎ 호흡 관련 수면장애
수면 중에 무호흡, 호흡 저하가 나타나 수면을 방해하며 의학적, 사회적, 심리적 합병증을 동반합니다. 유병률은 성인인구의 약 1~10%로 주로 노인에게 많습니다. 서서히 발병하여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데 대부분 과체중입니다. 무호흡 양상에 따라 폐쇄성, 중ㅈ추성, 그리고 혼합성으로 분류합니다. 폐쇄성 수면 무호흡 증후군은 호흡 노력은 지속되지만 상기도가 막혀서 무호흡이 나타나는 것으로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진단을 위해 수면다윈검사를 행합니다.
중추성 수면무호흡은 기도 폐색 없이 나타나는 호흡정지를 특징으로 하는데 심장질환이나 신경학적 질환이 있는 노인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체인 스토크 호흡’이 있습니다. 체인 스토크 호흡은 무호흡 후 10~60초 정도의 과호흡이 있은 후 호흡이 점차 감소하다가 다시 무호흡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수면-각성 주기와 개인의 내인성 일주기 수면/각성 체계 사이의 불일치 때문에 자고 싶을 때 잠들 수 없고 깨어 있어야 할 때 졸리고 잠이 옵니다. 수면위상 지연형의 사람들, 이른바 ‘올빼미’덜은 수면/각성 시간을 시계에 맞추어 앞당기는 능력이 부족하므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시간에 잠들거나 깨기 어려워 만성적으로 수면박탈 상태에 있게 됩니다.
◎ 기타 수면이상
하지불편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은 취침 시 또는 수면 중에 하지의 근질거리는 이상감각, 초조함, 움직이고 싶은 충동으로 인해 수면에 방해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임신, 요독증, 류마티스 관절염과 관련이 있으며 어성에게 더 많이 나타납니다.
주기성 사지운동장애는 수면 중에 반복적으로 근육의 경축이 나타나 다리를 차듯이 움직이며 발목과 발가락이 후굴되고 심하면 무릎과 고관절이 굽혀지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60세 이상 노인의 34%에서 나타나며 노인 불면증 원인의 20~30%를 차지합니다.
⓶ 사건수면
사건수면은 수면 동안이나 수면/각성의 전환과정에 이상행동이나 생리적 사건이 나타는 것입니다.
◎ 악몽장애(Nightmare Disorder)
무서운 꿈을 꾸다가 깨며 그 꿈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야간 수면의 후기 2분의 1동안의 REM 수면에서 나타납니다. 주로 아동기에 발생해 3~5세의 아동 중 10~50%에서 나타나고 심각한 정신, 사회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수면 중 경악장애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울면서 시작됩니다. 보통 야간수면 초기 3분의 1에서 발생합니다. 악몽장애와는 달리 부분적으로만 잠에서 깨어나고 혼란스럽고 지남력 상실이 있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사건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강제로 제지하면 환자나 제지하려는 사람 모두 다칠 수 있습니다.
◎ 수면 중 보행 장애
흔히 ‘몽유병(somnambulism)’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0~30%의 아동들이 적어도 한 번 경험하지만 유병률은 1~5% 정도로 낮으며 성인의 유병율은 1~7%입니다.
(2) 기타 정신장애 관련 수면장애
조현병 환자에게서는 총 수면 시간이 감소하며 우울장애의 경우에는 수면 시작이나 수면 유지의 어려움과 이른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 수 없음을 주로 호소합니다. 조증이나 경조증 환자는 잠깐 자거나 자지 않기도 하고, 불안장애의 경우에는 잠들기 힘들고 수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합니다. 공황장애에서는 야간 공황발작을 경험하므로 불면증이 나타나며 초기 우울증에서는 수면 과다가 주로 나타납니다.
(3) 일반 의학적 상태로 인한 수면장애
고혈압, 심혈관계 기능부전, 갑상선기능 항진증, 류마티스성 질환, 파킨슨병, 위식도 역류, 천식, 두부손상 등의 질병과 관련해 수면장애가 나타납니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는 경우 수면 중에 호흡 곤란과 통증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고 임신한 여성은 빈뇨, 태동, 불편한 자세 등으로 인해 수면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4) 물질로 유발된 수면장애
알코올, 암페타민, 카페인, 코카인, 아편류, 진정제, 수면제 및 항불안제를 사용하는 경우에 수면장애가 흔히 발생하며 물질사용을 중단할 때 금단증상으로도 나타납니다. 알코올 금단증상으로 불면증과 악몽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4) 치료
(1) 약물치료
불면증을 조절하기 위해 수면제가 진정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대부분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내며 단기간 동안 사용해야 합니다. Barbiturate는 독성이 있고 습관성을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고 Benzodiazepine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수면 잠복기를 감소시키고 총 수면시간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수면과다의 경우 지나친 졸음을 방지하기 위해 Pemoline, Methylphenidate, Amphetamine같은 중추신경 자극제를 사용하는데 이 약물들은 내성과 의존성이 있고 간 독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 기타치료
폐쇄성 무호흡 증후군의 경우는 수면 중에 호흡과 산소 포화도를 호전시키기 위해 기관 절개술을 행하며 필요시 체중을 줄이고, 똑바로 눕는 자세를 피하는 수면자세법을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내과적 치료법으로는 지속적 상기도 양압술(CP 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을 적용하는데, 이것은 비강 마스크로 일정한 압력을 주입해 공기부목을 만들어서 수면 중에 기도가 열려있도록 해주는 장치입니다.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의 경우는 2,500~10,000 Lux의 백색광에 일정 시간 노출시켜 채내 일주기 리듬 체계의 수면 위상을 변화시키는 광선치료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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