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Schizophrenia)
조현병은 심한 신경생물학적 부적응 반응으로, 주요 뇌의 기능인 인지, 지각, 감정, 행동, 사회적 활동이나 대인관계 등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입니다. 단일 질환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많은 다양성과 증상을 갖는 증후군 또는 질병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현병은 인종, 종족집단, 성별에 관계없이 발생하며, 대부분 후기 청소년기 또는 성인 초기에 진단받게 됩니다. 드물지만 아동기에 증상을 나타내거나 45세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호발 하는 연령은 남성은 15~25세이고 여성은 25~35세입니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1%로 추정되며 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발병률에 남녀 차이가 없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입원환자는 남자가 더 많은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현병은 일찍 발병한 경우 늦게 발병한 경우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대상자들은 발병 전 적응이 좋지 않았으며 더 현저한 음성증상과 인지장애를 보입니다. 또한 점진적인 발병은 갑작스런 발병에 비해 좋지 않은 경과를 밟는 경향이 있습니다.
질병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항정신병약물들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약물은 장애를 완치하지는 못하지만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1) 원인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신 이론에 의하면 조현병의 임상적 양상이 뇌와 중추신경계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조정된다는 것과 가족 및 사회적 요인이 조현병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조현병의 본질을 이해하는 기본요소가 됩니다.
(1) 유전 요인
조현병의 원인이 되는 특정한 유전적 결함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족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에게서 혈연관계와 비례하여 조현병과 다른 정신질환에 대한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신경생물학적 요인
뇌영상술의 발달로 조현병 대상자의 신경해부학적 뇌구조와 신경화학적 활동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정상인의 뇌와 조현병 대상자의 뇌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뇌구조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술(CT)과 자기공명영상(MRI) 연구들은 대뇌피질위축, 측뇌실과 제3뇌실의 확대, 전두엽, 번연계, 특히 해마의 위축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발달된 뇌의 용량이 줄어든 것이라기보다는 뇌의 불완전한 발달의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PET)을 이용하여 부분적인 대뇌혈류와 뇌의 당대사율을 측정한 결과, 조현병 환자들이 특정 인지기능의 장애를 나타낼 때 전두엽으로 가는 대뇌의 혈액 공급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최근의 연구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시상(thalamus)의 크기가 보통보다 더 작고 또한 활동이 저하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신경화학적 연구들은 조현병 대상자의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체계의 변화가 있음을 일관성 있게 제시해왔습니다. 최신 연구들은 조현병과 도파민,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글루타민과 몇 가지 신경분자 펩티드와 작용을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도파민계가 가장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왔으며 도파민 활동이 과잉상태가 되면 조현병이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세로토닌 가설은 조현병의 원인으로 일찍이 제안되었는데, 이는 대표적인 환각제인 LSD가 세로토닌 수용체의 부분적인 작용제로 작용한다는 데 기초한 것입니다. 세로토닌이 독자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기보다는 도파민에 대한 조절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3) 심리사회적 요인
조현병에 대한 생물학적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환경상의 영향들이 그 초점이 되었습니다. 프로이드는 정신성 발달단계상 구강기 또는 남근기에 고착되어 있고 자아기능의 심각한 결함 때문에 생긴 정신내적인 갈등이 조현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에릭슨과 설리반은 인격발달 초기에 양육과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거절 및 박탈당하면 신뢰감이나 대인관계의 장애가 나타나 조현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말러는 유년기의 왜곡된 부모자식관계로 자녀가 분리 개별화되지 못하면 자아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 조현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가정병리가 조현병의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릿즈의 결혼분파이론은 부모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성격의 부조화나 자신의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상호불신과 배타적인 태도를 가져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자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편애를 함으로써 가정 내의 분파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결혼편중은 어머니가 독재적이고 잔소리가 많으며 적개심에 차 있는데 비해 아버지는 성격이 약하고 의존적이어서 자녀에게 영향력이 적은 경우이거나 이와 반대로 아버지는 폭군적인데 비해 어머니는 지나치게 무기력한 경우처럼 부모들의 성격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가정병리는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커다란 위협을 주게 됩니다.
다른 개념으로 베테슨은 가족 내의 이중구속 또는 언행불일치라는 의사소통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아이에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부과되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언행불일치가 형성됨으로써 아이는 부호와의 관계에 성공치 못하게 됩니다. 아이는 이러한 부모의 태도에 당황하고 초조해지며 무능감과 분노를 느껴서 어떤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양가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아이는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될 때에 정신증적 위축으로 처리해 버리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최근에는 대상자의 가족이 환자에 대하여 지나친 비판, 공격성, 적개심, 과잉보호 등 감정표현을 하는 경우에 재발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4)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조현병의 직접적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조현병 재발과 증상 악화에 대한 연구는 스트레스와 스트레스원에 대한 평가 및 대처와 관련된 문제들이 증상을 재발을 예측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 증상
브로일러는 조현병을 명명하고 조현병과 관련된 행동을 기본증상과 이차적 증상으로 분류했습니다. 주요 기본 증상은 4A 증상, 즉 사고 연상의 해이(association looseness), 무감동(apathy), 자폐증(autism), 양가감정(ambivalence)이 있고, 이차적 증상으로 망상, 환각, 착각, 거절증, 혼미 등이 있습니다. 기본 증상은 아직 알 수 없는 뇌의 병적 과정과 직접 관련된 증상을 말하며 이차적 증상은 일차적 증상과 심리적 반응이 결합해서 생긴 증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고형태와 사고과정 | · 연상의 해이 · 지리멸렬, 말비빔, 신어조작증 · 우회증 · 언어빈곤 · 빗나가는 사고 · 비논리적 사고 · 언어 압박, 산만한 언어 |
사고내용 | · 망상 (피해, 과대, 종교, 신체, 허무, 사고방송, 사고주입, 사고조종 망상 등) |
기억 | · 저장된 기억 검색 및 사용 장애 · 단기, 장기 기억 장애 |
주의력 | · 주의력 유지 어려움 · 주의산만 · 집중 어려움 · 선택적 주의력 곤란 |
의사결정 | · 추상적 사고 결여 · 병식부족 · 판단장애 · 계획과 문제해결기술 부족 · 우유부단 · 개념형성장애 · 비논리적 사고 · 과업착수 불능 |
(1)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고전적으로 조현병의 증상은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의 두 가지 범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양성증상은 정상기능이 과도하게 드러나고 심하게 왜곡된 것을 말합니다. 음성증상은 정상기능의 완전한 상실이나 부분적 감소를 나타냅니다.
양성증상 | 정상적인 기능이 지나치거나 왜곡됨. 일반적으로 항정신병약물에 반응함. · 사고장애 : 망상(피해, 신체, 과대, 종교, 허무, 관계, 우울 망상 등) · 지각장애 : 환각(청각, 시각, 촉각, 미각, 후각) · 언어장애 : 형식적 사고장애(지리멸렬, 말비빔, 탈선, 비논리성, 연상의 장애, 빗나가는 사고, 우회증, 언어의 산만 및 언어의 빈곤) · 정서장애 : 양가감정 · 행동장애 : 괴이한 행동(긴장증, 운동장애, 반향동작, 사회적 행동의 황폐화) |
음성증상 | 정상기능의 감소 또는 상실. 일반적으로 항정신병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비정형적인 항정신병 약물에 반응함. · 언어장애 : 무언증(alogia) · 정서장애 : 무감동, 둔화된 정서, 편평한 정서, 무쾌감증 · 행동장애 : 의욕결여 · 사회화 상실 · 주의력 결핍 |
3) 조현병의 5가지 아형
(1) 혼란형
대개 25세 이전 특히, 사춘기 전후에 서서히 발병하며 때로는 아급성으로 발병하기도 합니다. 사고와 언어, 정서, 행동 등에서 모든 증상들이 현저하게 나타납니다. 지리멸렬, 연상의 해이, 심하게 부적절하거나 편평 정서, 극단적인 혼란 행동이 특징이고, 인격의 황폐화와 퇴행이 가장 심한 유형입니다. 의미 없는 웃음이나 얼굴 찡그림, 환각이 흔히 보이며 망상은 그 내용이 다양하고 수시로 변하며 기이합니다. 연상 작용의 와해가 두드러져서 자폐적 사고, 지리멸렬한 사고, 신어조작, 말비빔 등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정서 반응이 매우 부적절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충동적이고 공격적이지만 점차 감정의 둔마, 무감동, 사회적 철회와 바보스러움을 보입니다. 행동은 원시적이고 충동적이어서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심한 장애를 나타냅니다. 회복이나 예후는 다른 형의 조현병에 비해 비교적 나쁩니다.
(2) 긴장형
15~25세 사이에 호발하며 대개 정신적 외상 후 급성으로 발병합니다. 최근 약물 치료의 발달로 이 유형의 환자는 임상에서 보기 드뭅니다. 긴장형은 전혀 움직임이 없거나 혹은 심한 운동 활동을 나타내는 뚜렷한 정신운동장애가 특징입니다. 운동부동성은 일시적인 운동중단에서부터 장시간의 부동 상태인 강직증에 이르는 다양한 긴장증상에 의한 것이거나 혼미 일수도 있습니다. 심한 거절증이 있어 움직여보려는 시도에 대해 강직된 자세를 유지하거나, 모든 지시에 저항합니다. 함구증, 의도적으로 부적절하거나 괴상한 자세를 취하고, 상동행동, 현저한 매너리즘 혹은 얼굴을 찌푸리는 행동, 반향언어 혹은 반향행동을 나타냅니다. 긴장형은 치료에 잘 적응이 되고 행동이 괴상하고 발병이 극적이기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다른 유형의 조현병에 비해 예후가 매우 낙관적입니다.
(3) 편집형
다른 유형들보다 발병시기가 늦어 30대 후반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비교적 사회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층에 호발하며 대개 만성적인 경과로 진행됩니다. 망상이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며 환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망상은 주로 피해망상, 관계망상, 과대망상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망상에 몰두하며 그 외 신체망상, 우울망상, 애정망상, 종교적 몰두 등도 나타납니다.
비교적 사회생활을 유지하다 늦게 발병해서 그런지 다른 유형에 비해서 망상이 체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망상으로 인하여 사람을 기피하고 의심하며, 과도하게 긴장되어 있고 적대적, 방어적 혹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환청이 흔히 동반되며 망상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다른 유형에 비해 지능의 저하나 퇴행적 감정반응, 인격의 황폐화가 비교적 적게 나타납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다른 유형들보다 대체로 예후가 좋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4) 미분류형
조현병의 기본적 증상, 즉 사고의 장애, 지각의 장애, 행동의 장애, 정서의 장애, 인지장애가 있으나 특정 임상 유형으로 진단 내리기가 어려운 겨우, 또는 증상들이 복합되어 있어 하나의 임상유형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이 더욱 진전이 되면 증상이 좀 더 뚜렷해집니다.
(5) 잔류형
조현병을 앓고 난 후에 붙여지는 진단입니다. 환자는 이전에 조현병을 앓았던 경험이 있고 심한 정신증적 증상은 없지만, 병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의 행동을 계속 나타냅니다. 이들은 치료되어 지역사회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적응을 하나, 다른 사람이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사고와 감정, 행동의 장애를 보입니다. 그들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쉽게 자극을 받으며 타인에게 별난 사람 또는 괴짜라는 인상을 줍니다.
4) 치료
(1) 가능하면 자극이 적은 환경을 제공하여야 하고, 넓은 프라이버시 공간을 제공하여 대상자에게 안전감을 증가시켜 줍니다.
(2) 조현병을 가진 환자의 10%가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특히 위기상황과 급성기에서는 중요한 논점입니다. 날카롭고 위험한 물건들의 입수가능성을 포함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3) 망상에 대해 드러내놓고 직면시키거나 논쟁하는 것을 피하고 단순하게 현실을 제시하고 유지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환각증상이 있는 대상자에게 자신의 증상을 잘 자각하도록 하여, 정신병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5) 대상자가 가능한 한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격려합니다. 목욕, 머리감기, 옷 입기 등을 하도록 직접어법으로 요구하되, 단순하고 명료하게 지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또한 몸단장과 개인위생 시간을 충분히 주고 대상자를 재촉하거나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6) 조현병에 대한 일차적인 의학적 치료는 항정신병약물입니다. 신경이완제로 알려져 있는 항정신병약물은 정신병적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처방됩니다. 약물은 조현병을 완치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병의 증상을 관리하는 데 사용됩니다.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초기 항정신병약물은 도파민 차단제입니다. 최근의 새로운 비정형적 항정신병약물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차단제입니다. 항정신병약물의 부작용은 가장 많은 증상인 가벼운 불편감부터 영구적인 운동장애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7) 집단치료는 대상자에게 타인과의 사회적 접촉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지적 치료방법입니다. 약물치료와 집단교육 및 지지요법을 함께 병행할 때는 재발률이 15%까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8) 행동치료는 대상자들이 보이는 괴이하고 병적인 행동을 줄이고 대화를 촉진하며, 잘 적응된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9) 사회기술훈련은 대상자의 사회적 유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사회기술훈련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대화기술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시선 맞추기, 경청하기, 화제 바꾸기와 같은 기술은 사회화하는 데에 있어 대상자의 능력과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10) 인지강화치료는 집단치료와 컴퓨터기반 인지훈련을 결합한 치료방법으로, 이를 통해 대상자는 사회적 기술을 훈련하여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 치료법은 주의집중력, 기억력, 정보처리방법과 같은 대상자에게 결여되어 있는 사회기술이나 신경 인지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입니다.
(11) 가족교육 및 가족치료는 조현병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재발률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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