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역사
향수(Perfume)라는 단어는 ‘통해서(through)’라는 의미의 라틴어 ‘퍼(per)’와 ‘연기(Smoke)’를 의미하는 ‘푸무스(Fumus)’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향수의 기원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랑스 귀족들이 불쾌한 냄새를 덮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많이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향수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향을 활용했다고 최초로 기록된 곳은 이집트입니다. 기원전 3000년 전경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 때 향이 나는 오일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집트 제 18왕조 파라오(BD 1580~1314)인 투탕카멘의 무덤 안에서 석고로 만든 항아리에 향고가 발견되었는데, 20세기 발견 당시 은은한 향기가 남아 있어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오랫동안 향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방부성을 가진 유향과 보류성이 높은 방향성 수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향을 사랑했다고 전해집니다. 목욕을 할 때 향이 나는 오일을 사용 하고 목욕 후에도 아이리스. 재스민, 히아신스 등 향내가 담긴 향유를 발랐다고 하죠. 또한 집에서는 방향제로 향을 가득 채웠다고도 합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 원료가 있으면 중동이나 그리스에서 수입할 정도였다고 향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14세기에 오늘날의 알코올 향수가 만들어 지는데, 바로 중세 연금술사들이 알코올을 만드는 데 성공한 덕분입니다. 금을 만드는데 실패했던 연금술사들은 포도주 증류과정 중 알코올을 발견하게 되고 각종 향신료와 섞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물, 기름 등에 의한 기제보다 모든 방향물질을 용해하는 성질이 뛰어난 알코올은 휘발성향을 오래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원료로만 머물었던 향로를 드디어 ‘향수’라는 개념으로 끌어올리게 했습니다. 이 때 최초의 알코올 향수가 나오는데 오늘날 오데코롱(Eau de cologne)의 전신인 ‘헝가리 워터(Hungary water)’입니다. 14세기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로즈마리와 수지를 증류시켜 만들어진 이 향수는 그녀가 매우 애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향수를 사용함으로써 지병도 고치고 더욱 아름다워져 72세의 나이에도 폴란드 국왕에게 청혼을 받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이죠.
15세기 후반 프랑스는 향수의 고장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런데 향수산업의 큰 획을 그었던 곳은 파리가 아닌 그라스(Grasse)입니다. 남부 프랑스 지방의 해발 350m의 완만한 언덕 위에 위치한 그라스는 원래 가죽 산업이 번성한 곳으로, 가죽 특유의 지독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유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향수가 단일 상품으로 전망이 좋다는 것을 알고 향료산업에 뛰어들었으며, 16세기 말에는 향기 나는 장갑, 모자, 벨트 등 향료가 섞인 가죽제품을 유행시켰고, 17세기 중엽에는 향낭(향주머니)을 유행시켜 여성들이 향주머니를 즐겨 차고 다녔습니다. 이후 파리에서는 수많은 화장품, 향수 전문점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왕족의 향수 사랑은 더욱 각별해집니다. 16,17세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유럽 도시들이 번잡해지고 냄새가 고약해져서 향수를 뿌리는 것 또한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심지어 모든 것에 향수를 뿌리는 집착이 심해져 애완동물이나 보석에도 향수를 뿌렸다고 합니다. 18세기에는 향수가 대단한 유행처럼 번졌고,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좋은 향수를 뿌리고 다녔습니다. 1715~1774년 프랑스를 통치한 루이 15세의 궁전은 ‘향수 궁전’이라 불렸고, 귀족들은 요일마다 다른 향수를 뿌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19세기에는 천연향료를 넘어 합성향료가 만들어 지면서 향수의 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불과 150가지였던 향과 향료를 4000여 가지 이상으로 추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19세기 중엽의 화학자들은 다양한 추출법과 조향기기를 만들어 원료로서의 향수보다는 제조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아울러 화학적인 방법으로 식물, 동물 등의 미세한 부분까지 추출하는 데 성공하여, 천연향료에서 합성향료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다양한 향수를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특정 계급의 귀족이나 부자들이 이용했던 향수를 평범한 사람들 까지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최초의 합성향료를 만든 프랑스 화학자 모리나드(Morinard)는 귀족이라는 특정 계급에 그쳤던 향을 대중에게 퍼뜨리게 한 일등공신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근대 향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겔랑의 유명한 조향사인 자끄겔랑(Jacques Guerlain)을 시점으로 향수는 대중들에게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20세기에 들어 패션과 향과의 만남이 시작되었고 미국 향수시장의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1921년 샤넬과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가 ‘샤넬 No.5’를 개발합니다. 이 향수는 패션의 불필요한 요소를 없앤다는 ‘Less is More(덜함은 더함이다)’라는 샤넬만의 독특한 패션스타일과 합성향료 종류인 알데히드를 조합하여 만든 향으로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마릴린 먼로가 잘 때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에 “샤넬 No.5 두 방울”이라고 대답한 것은 엄청난 화제가 되었죠. 1985년 앤디 워홀이 ‘샤넬 No.5’ 향수를 주제로 9장의 실크스크린 판화를 연작 제작한 작품 또한 유명합니다. 향 산업은 패션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비로소 향수산업은 패션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낸 향수와 유명인의 이름을 딴 이른바 향수 브랜드 시대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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