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 물질의 실험적 증거
▶ 박테리오파지의 증식 실험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세균성 바이러스로 파지라고도 합니다. 1952년 허시와 체이스라는 과학자는 파지의 증식 실험을 통해 유전 물질의 본질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였습니다. 앞에서 에이버리가 유전 물질의 본질이 DNA일 것이라고 추론한 사실을 한층 더 뒷받침한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파지의 구성 성분이 DNA와 단백질이며, 단백질 껍질이 DNA를 둘러싸고 있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장균에 파지를 넣으면 파지는 대장균의 표면에 부착되며, 대장균 안에서 증식한 파지들은 대장균 세포를 파괴하면서 세포 밖으로 빠져나오는 특성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허시와 체이스는 파지가 증식하기 위해서는 파지의 유전 물질이 대장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실험을 통해 이 유전 물질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하였습니다.
① 실험 과정 및 결과
· 전제 : 단백질에는 황(S)이, DNA에는 인(P)이 포함되어 있다.
· 과정 : 박테리오파지를 두 무리로 나누어 한 무리의 박테리오파지는 단백질 껍질을 방사성 동위 원소 35S로 표지 하고, 다른 한 무리는 DNA를 32P로 표지한 다음 각각 대장균에게 감염시켰다.
· 결과 : 35S로 표지한 경우 대장균 속에서 증식한 새로운 파지는 방사능을 띠지 않았으나 32P로 표지한 경우 새로운 파지는 방사능을 띠었다.
② 결론
박테리오파지의 감염 과정에서 단백질의 성분은 대장균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DNA만 들어가며, 그 DNA가 다음 세대의 박테리오파지를 만드는 유전 물질로 작용한다.
위 실험은 자기 방사법을 이용한 실험입니다. 증식된 파지 중에서 32P로 표지 된 것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핵산의 주성분인 인(P)이 대장균 속으로 들어가 유전 물질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파지를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DNA가 유전 물질의 본질이라는 것이 비로소 확증된 것입니다. 허시와 체이스의 박테리오파지 증식 실험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DNA가 유전 물질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믿게 되면서, 이제 화두는 DNA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기에 다양한 유전 정보를 지닐 수 있고, 다음 세대에 똑같이 복제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습니다.
※ 박테리오파지(바이러스)는 생물일까, 무생물일까?
바이러스는 스스로 대사 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숙주 세포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번식할 수 없지만, 증식과 유전이라는 생물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대체로 생명체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를 최초의 생명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이기 때문에 최초의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이러스는 최초의 생물이 아닙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기생 생물이라 자신이 기생할 생물이 먼저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DNA의 구조와 복제
DNA가 유전 물질이라는 것이 분명해지자 과학자들은 DNA의 분자 구조를 밝히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DNA의 분자 구조를 알아내면 유전 정보의 저장과 복제, 전달과 발현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DNA의 구조를 알면 그 기능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잡하여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던 DNA의 분자 구조는 허시와 체이스의 실험 결과 발표 후 불과 1년 뒤인 1953년에 왓슨과 크릭에 의해서 해명되었습니다.
◎ 핵산의 구성
핵산에는 DNA와 RNA 두 종류가 있으며, 기본 단위는 염기, 당, 인산으로 이루어진 뉴클레오티드입니다. DNA의 염기는 주로 탄소, 질소, 수소로 이루어진 고리 모양의 화합물로, 고리가 하나인 피리미딘 계열의 티민(T)과 시토신(C), 고리가 두 개로 이루어진 퓨린 계열의 아데닌(A)과 구아닌(G)의 4종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은 5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디옥시리보오스이며, 인산은 무기 인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RNA의 염기는 티민 대신 우라실(U)을 가지며 당은 리보오스라는 5탄당으로 되어 있습니다.
샤가프라는 과학자는 DNA를 구성하는 A와 T, G와 C의 양이 생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1:1의 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샤가프의 법칙). 그리고 윌킨스와 프랭클린이라는 과학자는 DNA의 결정에 X선을 쪼여 얻은 X선 회절 사진을 통해서 DNA 분자는 나선형이고 염기들이 쌍을 이룬다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왓슨과 크릭에 의해 드디어 DNA의 구조가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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