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색체 교차
베이트슨과 퍼넷은 멘델의 발견을 확증하기 위하여, 보라색 꽃과 긴 화분을 만드는 스위트피(PPLL)와 적색 꽃과 둥근 화분을 만드는 스위트피(ppll)를 교배시켜 얻은 보라색 꽃과 긴 화분을 만드는 스위트피를 자가 교배시켰습니다. 이들은 멘델의 법칙에 따라 보라색 꽃·긴 화분, 보라색 꽃·둥근 화분, 적색 꽃·긴 화분, 적색 꽃·둥근 화분이 9:3:3:1의 비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험 결과는 어이없게도 약 11:1:1:3으로 나왔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멘델의 법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어서 그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그 후 몇 년 뒤 색깔 유전자와 화분 모양 유전자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두 유전자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면 보라색 꽃·긴 화분과 적색 꽃·둥근 화분만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보라색 꽃·둥근 화분과 적색 꽃·긴 화분도 나왔습니다.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나타난 것일까요?
감수 제1분열 전기 때, 상동 염색체는 접합하여 2가 염색체를 이루는데 이때 접합한 염색체의 일부가 교환되는 교차가 일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같은 염색체 상의 연관된 유전자가 분리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교차가 일어나면 염색체에는 새로운 유전자의 구성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동 염색체가 (ABCDEF)와 (abddef)로 구성되어 있다가 교차가 일어난 뒤에는 (AbcDEf)와 (aBCdeF)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B와 b, C와 c, F와 f가 교차된 유전자입니다. 따라서 베이트슨과 퍼넷의 실험에서 보라색 꽃·둥근 화분과 적색 꽃·긴 화분은 교차에 의한 유전자 제조합의 결과로 발생한 것입니다.
한 가지 예가 더 있습니다. 쥐의 털색은 우성인 회색(C)과 열성인 흰색(c)이 있고, 눈 색은 우성인 검은색(E)과 열성인 붉은색(e)이 있습니다. 회색털의 유전자(C)와 검은색 눈 유전자(E)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대립 유전자는 상동 염색체 상에 대응되는 위치에 있으므로 CcEe인 유전자형을 가진 쥐는 유전자형이 CE, ce인 두 종류의 생식 세포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교차가 일어나게 되면 Ce,cE와 같은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가지는 생식 세포를 포함해 4가지 유형의 생식 세포가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으로 교차에 의해서 나타나는 Ce와 cE와 같은 유전자형을 갖는 생식 세포는 연관형인 CE, ce와 같은 유전자형을 갖는 생식 세포보다 훨씬 적게 나타납니다. 교차로 인하여 새로운 유전자 조합이 생기는 빈도는 같은 염색체 위의 두 유전자의 위치에 따라서 다릅니다. 이러한 빈도를 나타내는 용어를 교차율이라고 합니다.
◎ 교차율과 염색체 지도
연관되어 있는 두 유전자 사이에 교차가 일어나는 비율을 교차율이라고 합니다. 교차율은 검정 교배의 결과를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교차율(%)=교차가 일어난 개체수/검정 교배 결과로 생긴 총 개체수×100
생식 세포가 만들어질 때마다 교차가 일어난다고 할지라도 교차율은 50%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차율이 0%이면 완전 연관이고, 교차율이 50%이면 독립 유전을 하는 경우입니다. 사실 교차율은 유전자 사이의 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두 유전자 사이의 거리가 멀면 교차가 일어날 확률은 높아지고, 두 유전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교차가 일어날 확률은 낮아집니다. 이와 같은 원리는 모건이라는 20세기 초의 유전학자가 초파리를 재료로 한 연구에서 추론되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연관되어 있는 유전자 간의 상대적인 위치를 정하고 이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염색체 지도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 A, B, C가 연관되어 있을 때, A~B 간의 교차율이 10%, B~C 간의 교차율이 2%, A~C 간의 교차율이 8%라면, 이렇게 세 개의 유전자 간의 교차율을 비교해서 서로 간의 상대적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을 3점 검정법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교차율은 유전자 사이의 거리에 비례합니다. 하지만 유전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면 교차율에 의한 염색체 지도 작성에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전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경우에는 교차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너무 먼 경우에는 교차가 두 번 이상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가 바탕이 되어 오늘날에는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위치와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무수히 많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교차는 매우 특이한 상황 같지만, 실제로 아주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렇게 번번이 일어나는 교차로 인해 유성 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자손들에게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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