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와 형질의 발현
유전 물질이 DNA임이 분명해지자 생물체 내의 모든 생화학 반응이 단백질인 효소에 의해 촉매 된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효소를 합성하는 데 관여하고 이 효소가 형질 발현에 관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전자와 효소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바로 영국인 의사 개록이었습니다. 개록은 알캅톤뇨증이라는 병에 관심이 많았는데, 알캅톤뇨증이 한 가족의 구성원 중에서 자주 발생함을 발견하고 이 병이 특정 효소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선천적 대사 이상임을 추론하였습니다. 선천적 대사 이상이라는 말은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어버이로부터 물려받아 대사 작용에 이상이 생긴다는 뜻이므로, 곧 특정 효소의 발현은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비들과 테이텀이라는 과학자도 유전자와 효소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붉은빵곰팡이를 이용하여 하나의 유전자는 특정한 효소의 합성을 지배하고 이 효소의 작용으로 특정한 형질이 발현된다는 것을 알아내어 1 유전자 1 효소설을 제창하였습니다. 1 유전자 1 효소설은 유전자가 단백질의 합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유전 정보가 나타나기까지의 과정을 밝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말입니다.
비들과 테이텀이 붉은빵곰팡이로 유전자의 역할을 밝힌 실험이 있습니다. 야생종의 붉은빵곰팡이는 최소 배지(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분만 공급한 배지)에서 스스로 단백질을 합성하면서 잘 자랍니다. 그런데 붉은빵곰팡이의 몇몇 돌연변이들은 최소 배지만으로는 살 수 없고, 여기에 특정 물질을 첨가해야 살 수 있는데, 이를 영양요구주라고 합니다. 비들과 테이텀은 붉은빵곰팡이의 포자에 X선을 쪼여 아르기닌을 첨가한 배지에서 자라는 아르기닌 요구주 돌연변이체의 생장 정도를 조사하였습니다.
① 실험 과정 및 결과
최소 배지에 오르니틴, 시트룰린, 아르기닌 중 한 가지를 넣어 주고, 아르기닌 요구주 돌연 변이체의 생장 정도를 조사하였다.
⓵ Ⅰ형은 최소 배지에 오르니틴, 시트룰린, 아르기닌 중 한 가지만 넣어 주어도 잘 자란다.
⓶ Ⅱ형은 최소 배지에 오리니틴을 넣어 주면 자라지 못하지만 시트룰린이나 아르기닌 중 한 가지를 넣어 주면 잘 자란다.
⓷ Ⅲ형은 최소 배지에 오르니틴이나 시트룰린을 넣어 주면 자라지 못하지만 아르기닌을 넣어 주면 잘 자란다.
비들과 테이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 아르기닌 요구주가 최소 배지에서 생존하지 못하는 것은 아르기닌 합성의 어느 한 단계에 관여하는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르기닌은 위의 그림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되는데, 각 아르기닌 요구주가 최소 배지에서 생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르기닌 합성의 어느 한 단계에 관여하는 효소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아르기닌 요구주 중 Ⅰ형은 효소 a를, Ⅱ형은 효소 b를, Ⅲ형은 효소 c를 합성하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효소가 결여된 것은 X선에 의해서 효소를 합성하는 유전자 A, B, C 중 하나에 돌연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비들과 테이텀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하나의 유전자는 한 가지 효소를 합성한다는 1 유전자 1 효소설을 제창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이 가설은 효소가 하나의 폴리펩티드 사슬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폴리펩티드 사슬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폴리펩티드 사슬에 대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1 유전자 1 폴리펨티드설로까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 프리온과 광우병
광우병은 소의 뇌에 생기는 ‘우해면양뇌증(BSE,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은 신경성 질환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소는 비틀거리면서 미친 듯한 증상을 보이다가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겨 죽게 됩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바로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 변형 크로이펠츠-야콥병(v-CJD)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병의 관계는 수년간 논란이 분분했으나, 결국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광우병과 크로이펠츠-야콥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보다 작고 핵산(DNA와 RNA)을 가지지 않은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입니다. 1982년 스탠리 프루지너에 의해 발견된 프리온은 일종의 정상적인 단백질이지만 보통의 단백질과는 다르게 스스로 증식이 가능합니다. 전사와 변역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스스로 증식하는 단백질은 처음에는 헛소리처럼 생각되었지만 곧이어 크로이펠츠-야콥병(CJD), 광우병 등의 원인이라고 추정되면서 1997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우너래는 정상적인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존재하며 그 자체로는 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이 프리온의 변형 형태은 PrP-sc(prion protein - screpie)는 한 번 생기면 원래의 정상 프리온과 결합하여 자신과 같이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형된 프리온이 동물이나 인간의 뇌 속에서 축적되면 세포를 파괴하고 조직에 스펀지 구멍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변형되며 번져 나가면서 병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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