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발현의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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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과학

유전자 발현의 조절

by 호아Hoa 2019. 9. 12.

◎ 유전자 발현의 조절

사람을 포함하여 많은 생물들은 보통 수천에서 수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들이 동시에 모두 발현된다면 필요 없는 물질까지도 만들게 되어 세포 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유전자만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조절 체계가 필요합니다. 유전자 발현의 조절에 d대한 이해는 단세포 원핵생물인 대장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장균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여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대장균은 사람과 같이 포도당을 영양소로 섭취하여 살아갑니다. 하지만 포도당이 없고 젖당이 있을 경우에는 젖당을 분해하여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만들거나 에너지를 얻습니다. 대장균이 젖당을 섭취하고 분해하는 과정은 세 종류의 효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이 효소들은 각각 다른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유전자들의 발현은 동시에 조절됩니다. 젖당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는 DNA상에 일렬로 배열되어 같이 존재합니다. 그 옆에는 RNA 종합 효소가 결합되어 전사가 시작되는 촉진 부위(Promoter)가 있습니다. 촉진 부위와 효소 유전자 사이에는 작동 부위가 있습니다. 작동 부위(Operator)는 촉진 부위에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는 것을 조절하여 전사를 통제하는 부위입니다.

이와 같이 서로 연관된 기능을 가진 유전자와 촉진 부위, 작동 부위가 함께 모여 있는 유전자 집단을 오페론(Operon)이라고 합니다. 유전자들이 젖당을 이용하는 데 관련된 오페론은 젖당 오페론(Lactose operon, Lac operon)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젖당 오페론은 어떻게 조절될까요?

대장균이 젖당이 없는 환경에 놓이면 젖당 오페론의 전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조절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억제자(Repressor)가 작동 부위에 결합하여 RNA 중합 효소가 촉진 부위에 붙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조절 유전자는 젖당 오페론에 의해 조절되지 않고 항상 발현되어 억제자를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젖당이 없으면 젖당 오페론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만일 대장균이 젖당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면 젖당 오페론에서 전사가 시작됩니다. 젖당이 있으면 젖당과 억제자가 결합하게 되고, 그 결과 억제자의 형태가 변형되어 작동 부위에 결합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작동 부위가 비게 되고 촉진 부위에 RNA 중합 효소가 결합하여 전사가 시작됩니다. 전사를 통해 만들어진 mRNA는 번역 과정을 거쳐 젖당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만듭니다. 이처럼 젖당이 억제자와 결합하여 젖당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기 때문에 젖당을 유도 물질(inducer)이라고 합니다.

오페론은 원래 원핵 생물의 유전자 발현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원핵생물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기 위해 매우 정교한 방법으로 진화해 왔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일률적으로 조절되어야 할 유전자가 하나의 오페론 안에 함께 모여 있는 것은 원핵생물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한편 진핵 생물에서는 오페론과 같은 방법으로 유전자 발현의 조절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조절 단백질 등이 상호 작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전 정보의 발현 조절 과정은 DNA에서 RNA로 전사가 일어날 때, 전사 후 RNA가 가공될 때, 핵공을 통하여 RNA가 세포질로 운반될 때, 단백질 합성 기구에 의해 번역이 이루어질 때, 합성된 폴리펩티드 사슬이 변형될 때 일어납니다. 그리고 진핵 생물의 발생과 분화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들은 영구히 활성화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영구히 억제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가지는 2개의 X염색체 중에서 하나는 강하게 응축되는데 이를 바소체(Barr body)라고 하며, 바소체의 X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 정보는 발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바소체의 유무에 따라 성별을 판별할 수도 있습니다.

 

※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우리가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기 위해 흔하게 먹는 항생제는 약 5가지 정도의 작용 방식을 가집니다. 여기에는 세포벽 합성 억제, 단백질 합성 억제, 세포막 투과성 변동, 핵산 합성 억제, 대사 억제 방법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mRNA의 번역 과정 또는 전사 과정을 방해하여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류라는 항생제입니다. 미생물의 리보솜에서 tRNA의 전사를 방해하여 단백질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항균 작용을 합니다. 이렇듯 생물 곳곳의 원리들은 우리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항생제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내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처음 먹은 항생제는 세균을 제대로 물리칠 수 있지만, 같은 종류의 항생제를 계속해서 먹다 보면, 몸속의 몇몇 세균은 그 항생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게 되고, 결국은 그 항생제에 견딜 수 있는 균들만이 몸 전체에 퍼지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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